2009년 08월 18일
창작과비평 2009년 가을호 <남북한 대운하에 대한 비판적 평가>
[특집] 한국사회, 대안은 있다
이명박정부 집권 이후 민주주의, 민생, 남북문제에서 그간 우리사회가 이룩한 성과들이 허물어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이에 맞서는 ‘반MB전선’도 대중적으로 뚜렷하게 형성되었다. 특집에서는 서거정국 이후 재평가가 활발해진 노무현정부의 공과를 짚고 현재 진보개혁진영의 대안 논쟁에서 주목받는 ‘사회민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를 중심으로 검토하는 좌담,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동아시아·한반도 차원의 발전모델을 구상하는 ‘한반도경제’, 생활세계의 시장경제적 대안을 찾는 ‘사회적경제’, 기존의 제도정치적·사회운동적 담론을 대체하는 ‘생활정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특집1] 김대호·백승헌·주대환·김종엽 좌담 「이런 사회 이런 정치를 나는 원한다」는 노무현정부 평가를 시작으로 진보개혁진영의 자기성찰 속에서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안적 비전·담론·정책은 무엇인지 토론한다. 아울러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총체적 개혁을 위한 여러 정치세력간 연합은 어떠해야 하며, 사회적 신뢰를 획득할 리더십은 어떻게 형성할지를 논의한다. 진보적 자유주의 대안을 주장하는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는 참여정부가 탈권위주의와 특권 타파에서는 성과를 올렸지만, 구체적 민생문제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민주화과정에서 진보와 개혁을 외친 집단이 기득권층에 편입해 또다른 ‘이익집단’을 형성했음을 성찰하지 못하는 사이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백승헌(민변회장)은 참여정부와 그 지지층의 관계에 주목하여, 사회적 요구와 구체적 정책의 괴리가 지지층의 이탈을 낳고 결국 정책 추진에 장애물이 되었다고 짚는다. 또한 노무현 서거 이후 긍정 일변도의 평가에 대해 무비판적·몰역사적 옹호로 기우는 것을 경계한다. 사회민주주의 대안을 주장하는 주대환(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은 참여정부가 민주화운동의 사고습관에 젖어 가속화되는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진보진영이 미래지향적 비전 없이 반대만 하는 집단으로 비치게 된 점을 비판한다. 김종엽(한신대 교수)은 참여정부가 현실의 사회경제 문제에 둔감해 지지층을 뒷받침하지 못했고, 민주주의를 절차와 형식의 문제로 국한한 점을 비판한다. 아울러 진보진영의 ‘노동자중심주의’가 새로운 자본축적에 대한 대응이나 비정규직 등의 민생대책에 소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대안과 그 실현방식에 대한 토론에서 주대환은 사민주의와 복지국가 프로젝트가 세계적으로 ‘공신력’있는 비전임을 강조하고, 이것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치이념들의 합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회양극화와 각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자유주의’ 정당으로서 미국 민주당 같은 단일정당으로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반면에 김대호는 사민주의의 구복지국가 해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공정과 공평의 가치에 기초한 신복지국가 해법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건강한 전문직과 청년세대, 그리고 3비계층(비경제활동, 비정규직, 비임금)을 끌어안을 새로운 정당을 제안한다. 백승헌은 진보개혁세력 내부에 최소한의 공동 비전과 이견 조율능력이 세력연합, 선거연합에 필수적임을 밝히며, 리더십 구축에 대한 합의와 그 검증과정이 면밀해야 함을 강조한다. 김종엽은 어떤 비전이든 한반도의 분단체제 극복과 연결되어야 제도와 가치관의 개선은 물론 진보개혁세력의 갱신이나 합리적 보수층의 형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통일과정에서 남북이 국가연합의 이행형태를 통해 미래의 체제를 서로 조율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특집2] 이일영 「위기 이후의 대안, ‘한반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와 대불황으로 세계체제의 근본적 재편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동북아 냉전체제와 한반도 분단체제 역시 이행기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으로 시작한다. 남북 각각이 급진적 이행의 위험을 막고 새 환경에 적응하는 경제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인가 시장인가’의 이분법을 넘어 국가, 지역, 다양한 경제조직의 세 축이 조화를 이루어 운동하는 한반도 차원의 경제모델이 필요하다. ‘한반도경제’는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을 적극 도입하고, 공공적 안정성과 성장을 함께 추구하며, 시장과 기업 중간에 다양한 혼합형 조직들이 발전할 수 있는 경제생태계를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다.
[특집3] 노대명 「사회적경제를 강화해야 할 세가지 이유」는 생활세계 전반에서 확산되는 민주주의 후퇴 및 박탈과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경제’를 제출한다. 사회적경제란 자본 수익보다 일자리를 중시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연계를 형성하려는 협동조합, 공제조합, 시민단체, 사회적기업 등의 활동을 가리킨다. 공정무역, 지역화폐, 생활협동조합 등의 영역에서 연대의 가치를 가진 고용과 써비스를 창출하고 일상적 소비공간을 지역사회 소통의 장소로 변화시킴으로써 풀뿌리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된다.
[특집4] 김현미 「신자유주의적 권위주의 국가와 생활정치」는 지난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생태적 차원의 민주주의, 사적 영역의 주제들의 공론화, 운동조직에 의해 주도되지 않는 자발성 등 ‘생활정치’라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감성과 형태의 대중운동이 이명박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권위주의 질서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지 탐색한다. 정부가 시민의 정치적 자유와 지불능력을 등치시키고, 국민 내부에 위계와 범주를 정해 특정 부류에 대해 국가책임을 방기하는 속에서 삶의 불안정성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상호 공감과 교통을 요체로 한 ‘비경제적 상호공존의 회로’ 만들기가 시급함을 주장한다..
논단과 현장
김흥규 「신라통일 담론은 식민사학의 발명인가」는 최근 역사학 및 문학연구 일단에서 제출된 ‘신라통일’ 관념이 일본 근대역사학의 발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비판하고, ‘삼국통일’ 담론이 신라에서 형성되어 조선후기까지 이어져왔음을 다양한 문헌들의 비교분석을 통해 실증한다. 비판의 대상이 된 윤선태·황종연은 일본 역사가 하야시 타이스께의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자강운동기의 다양한 역사서들을 논의에서 제외하고, 그의 입론을 과장 해석했으며, 7세기말 신라사 이래 고려사와 조선사에서 풍부하게 나타나는 삼국통일 담론을 외면했다. 이같은 ‘신라통일 발명론’은 부정확한 자료 확인과 무리한 논증 등 학술담론으로서 기초가 부실한 탓에 나온 실책에 가깝지만, 필자는 그 속에서 포스트콜로니얼리즘 논의가 근대와 식민주의를 특권화하고 전근대와 근대 사이의 복잡한 작용과 중층성을 단순화시킴으로써 우리 학계와 지식인사회에 미치는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한다. 역사연구에서 전근대의 유산과 기억이라는 요인은 경시하고, 근대 시공간에서 식민주의 헤게모니에 지나친 방점을 찍는 논법이 역사이해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라디카 데싸이 「베너딕트 앤더슨이 놓친 것과 얻은 것」은 1983년 초판 출간 이래 2006년 2차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치며 탈민족주의 담론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베너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의 학문적·정치적 맹점을 짚는다. 필자는 앤더슨의 민족주의 연구가 자본주의 근대의 지정학적 의미와 민족주의를 연관해 사고하게 하고, 민족주의의 기원을 유럽이 아닌 아메리카대륙에서 찾으려는 시도로 다양한 민족주의 이론이 성립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상상의 공동체』는 정치경제적 문제보다는 문화적인 개념에 경도되고 맑스주의 민족이론을 왜곡함으로써 민족이 엄연한 물질적 현실임을 은폐하고 학문의 우경화를 낳았다고 본다. 또한 제3세계 민족주의운동이 유럽의 모델을 따르는 구성물에 불과하다고 규정해 정통성을 상실케 함으로써 진보정치가 민족문제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에 반격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에 동력일 잃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황진태 「남북한 대운하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2007년 겨울 본지에 실린 도시건축가 김석철의 ‘남북한 대운하’에 대한 비판이다. 이명박정부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가 뜨거운 와중에 발표된 ‘남북한 대운하’안에 대해 필자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측면에서 이 구상의 지속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며 진보개혁진영에 좀더 생태적이고 합리적인 공간전략 논의를 주문한다.
문학평론∙문학초점
김수이 「노래가 된 시, 노래가 된 시인 」은 작고 10주기를 맞은 故 조태일 시인의 시세계를 2000년대 우리 문학상황에서 반추하는 글이다. 70, 80년대 민중시의 대표자 격인 조태일 시가 ‘연가’에서 ‘찬가/비가’로, 그리고 자연서정으로 옮겨가는 행로에 주목해 강렬한 사회의식과 역사적 소명감이 지금의 미학적·인식론적 모험을 감행하는 젊은 시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풀어낸다.
강동호 「존재론적 비명으로서의 시적인 것」은 최근 우리 문단의 중심 화두인 문학과 정치의 관계성을 ‘시적 언어’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물음으로 이어간다. 시의 언어는 현실의 ‘투명한 재현’에 실패하는 순간 정형화된 언어와 삶 자체를 회의하도록 만드는 역설적 존재임을 드러낸다.
정혜경 「소설 형식의 시국선언과 기억의 윤리 」는 올 상반기 한국문학의 최대 화제작인 공지영 장편소설 『도가니』가 불러일으키는 대중적 공감을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공분(公憤)과 윤리적 각성으로 분석한다. 강렬한 현실의식과 선 굵은 캐릭터가 속도감있는 진행과 감정이입을 돕지만 선명한 서사적 대립구도 등의 형식상 문제점도 지적한다.
박수연·신형철 ‘시선과 시선’은 창비시선 300번 기념시집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펼친다. 박수연은 이른바 ‘창비적 관점’이 “사람과 사람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에 다름아니며, 그 애정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와 권력에 맞서는 과정에서 생겨난 심미적 자세라고 옹호한다. 또한 언어적 모험을 최우선의 미적 척도로 세우는 경향에 대해 ‘새로움의 강박’을 넘어 우리 현실에 즉한 시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신형철은 창비시선의 ‘민중적 서정시’ 기조가 정치적 진보주의와 미학적 보수주의의 결합을 낳았다고 판단하며, 예전의 민중주의가 지금은 대중주의로 비판받을 수 있음을 상기한다. 문학은 언어를 변혁함으로써 인간과 제도의 변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창작ㆍ촌평
창작에서는 역사소설의 품격과 흥미를 더하는 김연수의 연재가 3회를 맞이하며, 이호철, 배수아, 윤고은이 각각 개성적인 소설세계를 펼쳐나가는 단편을 실었다. 시단에서는 고형렬 김기택 김경주 최정례 등 11인의 신작시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촌평에서는 정태인이 칼 폴라니의 고전적 저작 『거대한 전환』을 소개하면서 자본주의 대안 탐색의 유력한 길을 안내하며, 백영서는 『역사학의 세기』를 통해 탈근대론의 시각에 비친 한일 역사학계의 이론적 지형을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또한 김성호는 슬라보예 지젝 스스로 자신의 대표작이라 칭한 『시차적 관점』에서 지젝 사유의 특징과 매력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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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8/18 18:07 | 공간+지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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