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표는 '박용진위원장' 복권에 쓴소리하라

조대표는 '박용진위원장' 복권에 쓴소리하라
조순형대표는 민노당과의 한판승부를 통해 개혁성 높여야
 
황진태
 

“오늘 아침에 나는 어떤 섬에 있는 거대한 건물을 상상했다. 건물 한복판에 컴퓨터가 있고, 거기에 가능성의 나무라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다. 컴퓨터 주위에는 강당과 회의실과 휴게실 등이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거기에 와서 며칠씩 머물며 자기들의 지식으로 가능성의 나무에 물을 주게 될 것이다. 그들은 그 일에서 크나큰 기쁨을 얻게 되리라.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폭력을 방지하고 다음 세대의 행복을 보장하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지 않을 연구자가 누가 있으랴.”(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中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매체에 대한 대안, 대항 매체로서 정치웹진이나 인터넷 신문의 존재이유는 베르베르의 <나무>에서처럼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폭력을 방지하고, 다음 세대의 행복을 보장하는 일에서의 기쁨”때문에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것(글쓰기)’이 아닐까.

그런데 요즘에 정말 나무에 물 주기가 귀찮고 싫어지며 존재망각을 하게 된다. 기자 또한 고공정치를 얘기하는 그물사회의 일부분(node)이거늘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는가 마는. 매체를 통해서 보는 정치라는 게 보드리야르 말마따나 매체라는 매트릭스의 생리가 그대로 작동되는 지(encode). 연일 TV 브라운관을 통해서 수구부패정당이란 레테르가 붙은 한나라당. 그보다 좀 더 낫다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희망돼지의 ‘배떼기’를 째보니 ‘차떼기’가 가득하다는 소식만 흘러 넘친다(decode)는 점에서 이러한 보도를 보고서 보드리야르라면 미디어 매트릭스 안에서 그동안의 한나라당 vs 열린우리당, 민주당이란 양극(zincode)의 구별이 없어지는 극한 상황을 “동일자의 무한증식”이라고 불렀을 터. 어쨌든 이러한 ‘부패당’이라는 차이의 구별이 없어진 광막한 사막 위에 서있는 듯한 상황을 그저 포스트 모던 시류의 한 사례로 보고 넘어가기에는 한국정치의 상황은 너무나 절망적이다.(노파심에서 첨언하는데 '차떼기'란 비유를 열린우리당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딴지걸 분이 없길 바란다. 이글은 애초 진보정당을 부각하고자 썼으며, 노대통령이 말한 불법자금의 `십분의 일` 이하라고 해서 차떼기와 구별된다고 보지도 않는다. 십분의 일 이하도 '불법'자금은 '불법'이다!) 

10분의 1, 그 이상은 어떻고, 그 이하면 어떠리.

▲노무현 대통령     ©노사모
14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자금과 관련하여 “우리가 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좌파의 시점에서야 노대통령이 그물사회(구조)의 일부분(node)으로 폄하되더라도 '노드'도 '노드' 나름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노당 주대환 지구당 위원장은 “비판적 지지는 없었다.”고 단언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이란 코드(code)를 그물사회의 노드(node)로 삽입함으로써 -기존 정치판(demoded)을 뒤엎지는 못하더라도- 개혁될 것이라고 믿었던 좌파진영에서의 노무현에 대한 ‘비판적 지지’는 대선승리에 있어서 충분조건은 못됐을 망정 필요조건은 만족시켜주었다. 그런데 불법자금 규모가 10분의 1을 넘으면 사퇴하고 넘지 않으면 그대로 있겠다는 현재, 노대통령의 발상은 그의 코드와 불일치하며(uncoded), 이러한 노대통령에 대한 좌파의 비판을 “편협에 의한 ‘노무현 죽이기’”라는 강준만 교수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어 가고 있다.

아직 안희정, 이광재 씨에 대한 수사가 종결된 것도 아니며 전말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권을 ‘부패정권’으로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으나 기성정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과 국민들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불신을 알고 있다면 노대통령을 비롯한 열린우리당은 ‘10분의 1’따위의 애들이 '구멍가게에서 무슨 과자를 먹을까' 고르듯이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 앞에서 진심어린 고해성사를 하고 이러한 부패정치의 근원인, 기존의 정치시스템을 전면 개혁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을 사퇴할 정도의 용기라면 수구세력에 대한 투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충분한 에너지가 되지 않을 까. 

이러한 여의도 고공정치의 있지도 않은 여의주에 홀려서 일까. 이 글을 쓰면서 정신을 차렸다. 기자가 사민주의를 열망하면서도 고공정치 매트릭스에 안주하는 혹은 갇혀있어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매우 죄송스럽다. 조중동에 대해서 왜 진보정당은 기사에서 소외시키냐고 비판하고서는 정작 진보정당에 대해서 동정기사 한줄도 쓰지 못하는 기자의 행태는 정말 큰 잘못이다. 그나마 이러한 진보정당에 대한 부족한 담론을 진보누리 등 좌파매체에서 채워주고 있다는 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박용진 지구당 위원장의 복권

자본주의란 하부토대로 작동하는 상부토대인 대중매체를 통해서 보게 되는 “동일자(부패당)의 무한증식”은 결국 광막한 사막으로 유권자를 내몬다. 현실정치의 마당에 냉소정치의 모래폭풍만이 불어 닥치고, 지난 대선을 통해서 똘똘 뭉친 각 당의 당원들도 사막의 모래 알갱이마냥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허무와 부정에서 니체처럼 새로운 창조와 삶의 활력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작금의 민주노동당의 소리 없는 약진은 기성정당의 매트릭스에 대한 ‘돌발사태’로 기성정치인을 정신차리게 해주는 움직임이다. 그 돌발사태의 선두주자로 단연 박용진 씨가 서있다.

▲민주노동당 강북을 지구당위원장인 박용진씨     ©박용진홈페이지
민주노동당 강북을 지구당위원장인 박용진 씨는 2001년 3월, 대우차 정리해고 투쟁에 가담하여 연설을 하는 도중에 구속되었다. 2년 한달 간의 감방생활을 마치고 대통령 취임 특사로 사면되었으나 지금까지 피선거권이 복권되지 않고있다.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지역구인 강북을에서 13.3%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보이면서 서울에서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받기도 했던 사실에 기성정당은 박용진의 득표율이 두려웠던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특사로 사면이라는 배려를 보여주는 듯했지만 ‘정치인’ 박용진에게 중요한 복권을 시켜주지 않는 것은 사면을 안한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기성정당의 진보정당에 대한 경계는 얼마 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용진 위원장이 “김정길씨 같은 중대선거사범이나 다른 경제사범은 다 풀어줬다. 중대범죄인들은 대부분 복권됐는데, 민주노동당 출신은 3명만 사면·복권됐다. 정치적인 ‘꼼수’였다고 본다. 강 장관이 노력한다고 했다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한 발언이나 복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내년 2월에 있을 노무현정권 출범 1주년에 맞춰 대대적인 사면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발상이라는 인상이 짙다”는 발언, 그리고 권영길 대표가 상무집행회의에서 “행정적이거나 실무적인 누락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매우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진보누리 참조)는 발언에서 기성정당의 정치적 꼼수에 대한 의혹이 짙어 보인다.

이러한 기성정당의 진보정당에 대한 딴지걸기는 ‘가능성의 나무’의 ‘고갱이’를 말려 죽이는 짓이다. 이는 기성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을 심화 시켜주며 나아가 한국정치를 전체를 초토화 시킬 테다. 즉, 국민들의 분노에 불씨를 얻어 정치냉소주의로 얼어붙은 정국에 잠깐의 온기를 느끼기 위해서 '가능성의 나무'는 고작 땔감이 되고 마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사는 것이 기성정당이 사는 법!  

“4시가 넘어서야 사무실 근처 허름한 식당, 식탁이라고 3개밖에 없는 그런 식당에 들어서니 50대 노동자 4명이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중략) 다행히 식당 아주머니께서 날 알아보시고 반가워 하신다. 그래도 또 명함을 드린다. 한쪽 벽 높이 걸린 '국회의원 조순형' 이름의 벽걸이 시계가 영 거슬린다. 시계는 마치 “어 시방 여기서 뭐혀? 여기는 내 나와바리여~~!”하듯이 날 내려다 본다. 이 동네 어딜가나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이젠 좀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볼 때 마다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이미지 메이킹 되어있는 그의 그것과 견주어지면서 쓴웃음을 물게 한다.”(‘추석연휴 전날, 강북구의 어떤 풍경...’, 박용진의 진보산책, ewincom.com)

박용진 위원장의 지역구는 선연인지 악연인지 몰라도 바로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와 일치한다. 조순형 대표로서는 박용진 씨가 ‘국회의원 조순형’이라고 박힌 벽걸이 시계를 보면서 쓴웃음을 짓는 것에 대해서 못마땅할지 모르겠으나 기자가 보기에는 32세의 젊은 정치인의 패기를 엿볼 수 있는 유쾌한 반응이었다 본다.

여기서 다시 고공정치로 고개를 들어서 얘기가 옆길로 새는 듯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한나라당과의 차별전략도 중요하겠지만 뭣보다도 지지층이 겹치는 열린우리당과의 개혁선전전에서 보다 선명성을 드러내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대통령 측근 특검에 대한 한나라당과의 (미필적 고의?) 공조와 최병렬 대표의 단식투쟁에 조순형 대표가 찾아가서 “좋은 곳에서 음식을 모시겠다.”라는 발언, 그리고 최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통적 민주당, 개혁성향의 설훈 의원 대신에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을 거치며 카멜레온적인 변신을 거듭해온 유용태 의원의 36:17이란 압도적인 승리 등은 자칫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의 개혁투쟁에서 불리한 위치를 만들 수 있는 자충수다.

진정 다가오는 총선에서 개혁으로 승부수를 두고자 한다면 조 대표는 청와대의 성탄절 사면 복권 결정에 민주노동당 총선 출마 예정자인 박용진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복권이 포함되도록 직접 나서서 주장해야 할 것이다. 혹시, 관록의 5선인 조 대표는 ‘잠재적 경쟁후보’로 박용진 위원장이 두려운 건가?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이다! 이러한 페어 게임을 위한 조순형 대표의 진실된 ‘미스터 쓴소리’가 강북을에서의 표밭을 도리어 풍성하게 일궈낼 것이다. 실제로 박용진 위원장이 “지역을 돌아다녀 봐도 조대표와 지지층이 많이 겹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는 말에도 알 수 있듯이 오히려 조순형 대표의 표밭으로 박용진 위원장의 표들이 몰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디 대선에서만 비판적 지지가 있으라는 법이 있겠는가.

민주노동당, 가능성의 나무에 물을 주련다.

“어떤 결정이 지금 당장에는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피하는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정치가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안고 더 실용적인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의 나무가 보여 주는 바에 따르면, 제가 이런 정책을 취하는 것이 당장에는 고통스런 결과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대한 위기를 피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 대중도 오늘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들은 미래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고,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들 자녀와 손자 손녀들의 이익을 내다보며 행동할 것이다.”(<나무> 中에서)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은 대선자금과 관련하여 열린우리당을 공격하는 제살깍기를 중단하고,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보다는 액수가 적다느니 입 발린 말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의 유력 언론들은 현 검찰수사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거라 우려하며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보기 드문 모처럼의 ‘마니뿔리떼(깨끗한 손)’에 딴지걸기 바쁘고, TV시사토론회에 출연한 국회의원들은 말하는 투가 하나같이 “국민에게 죄송하다”지만 도무지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다. 이들은 곧 사건이 잠잠해지면 또다시 기존의 시스템 정치에 함몰될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왜 좀더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실용적인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없는 지 이러한 과감성이 “자기들 자녀와 손자 손녀들의 이익”까지 내다 보는 행동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기자는 민주노동당이란 ‘가능성의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을 기성정당에 대한 비판만큼이나 비료까지 챙기면서 꾸준히 듬뿍듬뿍 주고자 노력하련다. 민주노동당이 하나의 ‘돌발사태’로써 기성정당의 부패 매트릭스를 정신차리도록 흔들기 위해서 말이다./사회부기자


<대자보> 2003.12.14

by 샤방샤방 | 2007/07/09 20:31 | 정치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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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ㄴㄴㄴ at 2009/05/2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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