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09일
종묘 앞에 220m 고층 빌딩이 들어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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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묘(사적 125호) 어도(御道:왕이 다니는 길)의 복원이 잘못됐다고 보도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지정 유산이었던 만큼 어도의 변형에 대한 논란은 중앙 일간지에서도 상세하게 다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물적 문화재 복원의 중요성만큼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문화재를 둘러싼 공간에 대한 보호다.
현재 서울 중구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을 살펴보면 세운상가 자리에 220층(960m)짜리 한 채와 100층 이상이 5개, 50층 이상까지 포함하면 총 10여개에 이르는 초고층 빌딩숲이 만들어진다.
세운상가가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지난해 11월, 종묘 앞에 초고층 빌딩을 세운다는 발표가 나오기 두 달 전인 9월에 이미 이코머스(IC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초고층 빌딩이 종묘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권고안을 보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후 이코머스는 적절한 대응을 못하였다.
하지만 11월 당시 130층으로 기획된 초고층빌딩 계획은 5개월이 지난 후에는 220층으로 더 높이 기획됐다. 과연 이코머스의 권고안을 형식적이나마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을까. 결국 세운재정비촉진계획안에 명시된 이코머스의 역할은 초고층빌딩을 세우기 위한 걸림돌에서 디딤돌로 바뀐 전시성 행정의 부속품이 되었을 뿐이다. 세운상가 부지에 세워질 초고층빌딩숲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용산역, 잠실, 마포 상암 DMC, 성동 뚝섬 등에도 초고층 빌딩을 세워서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기대한다고 하지만 여기저기에 초고층 빌딩을 세워서 과연 고유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존의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인 63빌딩이나 남산타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초고층 스카이 라인을 더 세우자는 것은 랜드마크의 실효성도 의문시 될 뿐더러 결국에는 개발주의자들의 잇속을 챙기는 명분 밖에는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런 개발 이익은 모두 대기업에게 떨어진다. "세운 5구역의 경우 삼성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이데일리> 2006.11.30) 이렇게 '부동산 놀음'인 게 명약관화인데도 불구하고 균형발전추진본부는 세운상가 재개발사업의 공식적 명칭을 '세운상가 녹지축 조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래의 그림은 추진본부의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청사진이다.
세운상가뿐만 아니라 서울의 랜드마크로 계획 중인 성동 뚝섬 서울숲(서울숲 자체가 과연 숲인가에 대한 비판도 있음을 상기하자. 서울숲을 방문한 서울시민이라면 황량한 벌판에 가로수 몇 개만 심어진 풍경을 기억해보라.) 근처에 세울 초고층 빌딩 또한 녹색을 내세울 때, 개발을 위한 위장막으로 전락시키려는 점에서 우려된다.
검색사이트에서 종묘에 관한 뉴스를 검색한 결과, 종묘가 한미 FTA 반대운동의 출발점이라는 보도기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역동성이 바탕이 되어 비록 늦었지만 서울 도심 경관을 개발투기의 장이 아닌 시민들이 잠시나마 쉴 수 있는 녹색공간과 고색창연한 문화재를 전승했다는 문화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는 날이 오길 기원해보자. 이것이야말로 세계에게 내놓을 수 있는 진정한 서울의 랜드마크가 아닐까. |
# by | 2007/07/09 22:07 | 공간+지리 | 트랙백 | 덧글(0)




황진태(dchj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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